올해 바이오 M&A는 ADC·항암제 집중…"내년이 딜 적기"

입력 2023-11-23 18:45   수정 2023-11-23 18:46


올해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인수·합병(M&A)과 기술거래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항암제 분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M&A규모는 역대 최저 수준이지만 금리인상 중단 및 인하 가능성과 낮아진 바이오기업들의 가치로 인해 내년엔 활발해질 전망이다.
화이자 머크 등 올해 ADC 관련 수십조 '빅딜'
23일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이 2024년 제약·바이오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3억 달러 이상 글로벌 M&A와 기술거래 딜을 분석한 결과, 모달리티(치료접근법) 별로는 ADC 관련 딜이 총 800억달러(약 103조 8400억원) 규모로 가장 많았다. 저분자화합물이 500억달러(64조9000억원)에 근접한 수준을 나타냈고 항체가 300억달러대, 펩타이드가 100억달러대를 각각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ADC 관련 빅딜은 지난 3월 미국 대형제약사 화이자가 430억달러(55조8000억원)에 인수한 ADC 선두기업 시젠이 대표 사례다. 지난 10월엔 미국 머크(MSD)가 220억달러(28조5000억원)에 일본 다이이찌산의 ADC 후보물질을 인수했다. 머크는 다이이찌산쿄에서 개발하고 있는 파트리투맙 데룩스테칸(HER3-DXd), 이피나타맙 데룩스테칸(I-DXd), 랄루도타툭 데룩스테칸(R-DXd) 등에 대해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의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다이이찌산쿄는 퍼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초 신약) 잠재력을 가진 이들 세 가지 후보물질을 ‘DXd ADC’로 불러왔다. 이들은 모두 단일요법 혹은 병용요법으로 암 치료를 위해 다양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ADC신약 효과 좋아...2024년에도 기술거래 가능성
김 연구원은 향후 ADC 딜과 관련해 머크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행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소개했다. 머크는 블록버스터 항암제 키트루다와 함께 'ADC'파드셉을 병용했더니 기존 15개월 생존율을 보이던 요로상피암 환자가 33개월로 늘어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암세포만 표적 공격하는 '유도미사일'ADC 덕분에 기존 화학항암제가 분열이 빠른 정상 세포를 공격해 생기는 탈모, 소화불량 등의 부작용이 사라진 영향이 컸다. 김승민 연구원은 "ADC 단독 및 키트루다와 병용요법 개발이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다이이찌산쿄와 공동 개발 중인 ADC신약 ‘다토-DXd(성분명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에 대해 유방암과 폐암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김 연구원은 "아스트라제네카는 상업화 시킨 엔허투(HER2-DXd)외에 B7H4 ADC, EGFRxcMET ADC, FRαADC, Claudin 18.2 ADC, GPRC5D ADC 등을 임상 개발 중"이라며 "퍼스트 인 클래스를 목표로 연구개발이 한창"이라고 소개했다.

국내에선 레고켐바이오가 가장 앞선 기술을 토대로 기술 수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현재까지 암젠 다케다 등 총 12건의 기술수출과 누적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약 6조5000억원의 성과를 냈다. 특히 LCB14(HER2 ADC) 임상1상에선 경쟁 약물들 대비 우수한 효능과 독성 데이터를 확보했다. 또 2024-2025년 진행 예정인 자체 임상 프로그램도 3개다. 'TROP-2 ADC LCB84' 역시 전임상에서 경쟁 약품 대비 우월한 데이터를 나타냈다. 김 연구원은 "지난 9월 임상 1상이 시작돼 이 달 첫 환자 투여가 예정인데, 임상 단계에서 기술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조 항FcRn치료제 타깃 M&A늘어날 듯"
올해 3억 달러 이상 글로벌 M&A와 기술거래 딜을 질병별로 분석한 결과, 항암제가 1200억달러(155조 7000억원) 규모로 다른 질환을 압도했다. 이어 면역·염증 관련 딜이 400억달러에 근접한 수준으로 뒤를 이었고 대사·심혈관이 200억달러대를 기록했다. 김 연구원은 "자가면역질환내 TNF-α계열(휴미라, 레미케이드, 엔브렐 등)의 특허만료, 스텔라라 계열의 특허만료 예정 등으로 새로운 물질에 대한 M&A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면역·염증 질환 관련 가장 주목받는 M&A분야는 항FcRn치료제라고 김 연구원은 분석했다. 기존 TNF-α억제제는 체내 면역세포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면서 생겨나는 염증을 제거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원리다. 하지만 항FcRn치료제는 세포내에서 면역세포 분해를 막는 FcRn 수용체의 기능을 억제해 좀 더 근본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최근 알제넥스 최고경영자(CEO)는 항 FcRn 치료제 시장이 향후 200조원 규모로 커지고 적응증도 100개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TNF-α는 인체의 면역반응에서 면역세포 간 연락을 촉진하고 기능을 조절하는 사이토카인이라고 하는 주요 신호 단백질 중 하나다. 우리 몸에서 TNF-α가 과도하게 활성화될 경우 특정 기관을 공격하는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한다.

김 연구원은 "알제넥스의 FcRn타깃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비브가르트가 멀티 블록버스터가 될 전망"이라며 "글로벌 대형제약사들의 알제넥스 M&A 가능성 보도가 계속 나오는 것도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제넥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항FcRn치료제 개발업체 한올바이오파마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K바팜, 유한양행, 레고켐, 한올, 삼바, 한미 등 주목을"
그는 "한국 제약·바이오 섹터는 크게 3번의 성장기를 거쳤다"며 "2015년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수출, 2017년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유럽 시장 침투, 2020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항체 위탁생산(CMO) 대규모 수주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4년 제약·바이오업계 전망에 대해 "자체 개발 신약의 글로벌 성과 도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천 종목으로 SK바이오팜과 유한양행을 꼽았다. SK바이오팜의 자체개발·판매 엑스코프리는 미국 뇌전증 시장 점유율을 확대중이다. 4분기부터 분기 영업이익 흑자, 2024년에는 엑스코프리 매출로만 영업이익 흑자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은 얀센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병용요법)로 FDA에 허가 신청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 허가가 예상된다.

그는 "지난 10월 FDA 허가를 받은 셀트리온 짐펜트라의 미국 판매와 HLB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의 FDA 허가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글로벌 제약·바이오 주요 키워드는 M&A, 알츠하이머, 비만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CMS의 레켐비, 아밀로이드 PET 보험 커버에 따라 알츠하이머 시장 성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예상보다 빠른 수요 증가가 나타날 경우, 위탁생산(CMO)업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비만과 관련해선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신약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가 출시되며 폭발적인 시장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직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국내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그는 "2027년 출시 목표로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국내 임상 3상에 진입한 한미약품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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